가락국 보주 허태후 비음기(駕洛國 普州 許太后 碑陰記)
태후의 성은 허씨인데 보첩에는 아유타국 임금의 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금관고사(金官古事)에 어떤 사람은, '남천축국 임금의 딸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 '스스로 말하기를 서역 허국(許國) 임금의 딸이라 하였다'고 한다. 허국을 어떤 이는 '허(許).황(黃)의 나라는 이역의 동떨어진 나라로, 한 나라를 두고서 서로 다르게 호칭하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아마 중국의 은(殷)나라를 상(商)이라고도 부르고, 양(梁)나라는 위(魏)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 보다. 먼 엣날의 일이라서 전해지는 말들이 똑같지가 않다.
지(誌)의 기록에 그 선군(先君)이 명하기를, '동쪽 나라에 틀림없이 가락원군이 있어 너를 짝을 삼을 것이라 하여 바다를 건너왔다'고 하매, 수로왕이 그를 왕후로 삼고 호를 보주태후(普州太后)라 하였다'고 했는데, 혹은 '황옥부인(黃玉夫人)'이라고도 한다. 이때는 동한의 광무황제 건무24년(48) 수로왕 7년에 해당한다.
후한 영제 중평6년(189) 3월에 이르러 태후께서 세상을 뜨시니, 향수는 157세였다. 태후는 아들 열 분을 두었는데, 그 가운데 어머니의 성을 따른 자가 두 분이었다. 후세에 각기 책봉을 받은 지역에서 따로 일족을 이루었으니, 공암(孔巖) 허씨와 하양(河陽) 허씨가 그들이다. 또 그밖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장을 본관으로 삼은 자들도 한둘이 아니지만, 본래 그 시초는 모두 태후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태후의 능은 왕릉의 뒤쪽 1리에 있다. 옛 풍속에 이 지방 사람들은 동짓날이면 수로왕에게 큰 제사를 올리고 아울러 태후를 배향하였는데, 지금도 그 풍속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소경대왕(선조) 25년(1592)에 왜적의 노략질이 있어 수로왕릉과 태후의 능이 함께 파헤쳐졌다. 이에 이 지방 사람들이 다시 봉토를 쌓아올리고 보수하였는데, 지금 주상(인조)이 보위에 오르신 지 24년째 되는 해(1646)에 경상도 관찰사 허적(許積)이 능묘를 크게 수리하고, 아울러 비석을 세워 그 사실을 기록하였다. 부로(父老)들이 전하기를, '예전에 만력8년(1580)에 관찰사 허엽(許曄)이 두 능을 보수한 바 있다'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계산하면 67년 전이 된다.(허목의 허태후 비음기)
왕비릉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인조24년(1646)에 허목(許穆)이 쓴 이 비음기(碑陰記)다.
비음기는 글자 그대로 비석의 뒷면에 새긴 글을 말하는 것으로 당시 왜적에 의해 철저히 도굴되어 황폐해진 수로왕릉과 왕비릉을 재정비하기 위해 경상도 관찰사였던 허적은 두 왕릉을 보수하면서 허목에게 부탁해 두 비석, 즉 '수로왕납릉비음기'와 '보주허태후비음기'의 음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허목(許穆).
이퇴계의 학통을 계승한 당시 최고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미수 허목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인한 파괴로부터 조속히 벗어나 피폐한 민심을 회복시킴으로써 집권체제의 동요를 수습하는 한편 군주를 정점으로 하는 정치 질서를 적극 모색했던 개혁의 선두 주자 였다.
흥미로운 것은 수로왕릉과 왕비릉을 보수했던 허엽이나 허적, 그리고 비음기를 쓴 허목 등이 모두 허씨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의 시조모인 허왕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을 것이며, 따라서 '태후는 아들 열 명을 두었는데, 그 가운데 어머니의 성을 따른 자가 두 분이었다'고 '허(許)씨' 성의 정확한 유래를 밝히므로써 자신의 출자를 명기해 두었던 것이다.
(최인호의 '제4의제국 중에서)
남천축국은 인도 남부 지역, 서역은 인도나 월지국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허왕후 출신지는 인도나 월지국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고사에 능했던 당대의 석학인 허목도 허왕후의 출신지는 정확히 비정하지 못했다. 허왕후의 출신 지역은 2천여 년간 계속된 수수께끼인 것이다.
(김병기의 '가락국의 후예들'중에서)
왕후능 앞에 세워진 비석에는 '수로왕비보주태후허씨능' 이라고 새겨져 있다
* 이 사진은 2008년 7월 20일 찍은 것입니다
[출처] 가야의 흔적을 찾아서<제16탄> 보주허태후 비음기|작성자 감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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