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 속 전설의 새 삼족오의 날갯짓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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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족오’(三足烏)가 부활하고 있다. 옛 고구려인들이 왕권의 상징으로 삼던 ‘세 발 달린 태양 새’(혹은 ‘검은 새’, ‘까마귀’와는 다름) 삼족오가 TV드라마 소재는 물론 놋그릇 자개장 등 각종 상품 문양과 휘장, 벽 장식, 동상 등으로 거듭나며 국가 상징 캐릭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 3사는 고구려 관련 드라마(KBS ‘대조영’, MBC ‘주몽’, SBS ‘연개소문’) 시작 화면을 삼족오로 장식하고 있다. MBC 시사다큐2580은 지난 12일 삼족오 문양이 담긴 고분벽화가 즐비한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등을 현지 취재한 내용을 ‘삼족오’ 특집으로 내보냈다. 앞서 올해 초 새 국새 인뉴(손잡이)에 관한 국민 제안에서도 삼족오는 당당히 1위로 꼽혔다. 경기도 구리시와 PD연합회는 16일부터 19일까지 구리한강시민공원 일대에서 ‘삼족오 심포지엄’을 포함한 ‘2006 고구려 삼족오 대축제’를 개최한다. 고구려 삼족오군 아차산 퍼레이드를 비롯해 삼족오 특별전시, 삼족오 버라이어티쇼 등 다채로운 전시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축제다. 삼족오 열풍을 체감케 하는 시민축제인 셈이다. 상상 속의 영물을 놓고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반작용도 없지 않지만, 근원적으론 민족 상징의 재발견 측면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명철 동국대 교수는 15일 “삼족오는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음에도 그동안 잊혀졌다”면서 “이제라도 삼족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향후 민족을 끌어나갈 이데올로기 창출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심포지엄에서 ‘삼족오의 기원과 유래’를 발표하는 임영주 가람미술문화원장은 “태양신앙에서 기원하는 삼족오는 소아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등 선사유적에서 두루 발견되나 그 형상은 동이문화에 의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동북아역사재단 김일권 박사는 ‘삼족오를 통해 본 고구려의 하늘관’을, 서울교대 임기환 교수는 ‘중국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이해’를 발제한다. 삼족오는 고구려 쌍영총, 각저총, 덕흥리 1호·2호 고분, 개마총, 강서중묘, 천왕지신총, 장천 1호분, 무용총, 약수리 벽화고분, 그리고 오회분 4호묘, 5호묘 등에 그려져 있다. 삼족오는 고구려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고대 동북아지역 여러 곳에서 공유된 상징. 그러나 삼족오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화려하게 활용한 국가는 단연 고구려로 지목된다. 삼족오는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청자와 불화 등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그러나 성리학적 사고가 팽배했던 조선시대에 들어 거의 사라졌다. 일본의 경우 구마노(熊野)신사 등 고대 유적에 등장하는 삼족오는 그런대로 형태를 유지했으나 1930년대부터 축구대표팀 상징으로 쓰고 있는 삼족오는 볏이 사라지는 등 형태가 바뀌어 까마귀에 가깝게 변질됐다. 한편 고종황제 옥새를 복원한 옥새전각장 민홍규씨는 “삼족오를 새 국새 손잡이로 하면 고구려 역사 수호는 물론 민족 통합과 국운 상승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면서 자신이 만든 ‘삼족오 국새’의 국가 기증 의사를 피력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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