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청비와 문도령' 이야기는 '세경본풀이'의 서사성을 강조한 제목으로 제주 무가인데, 농경신의 탄생을 풀어내는 이야기이다. 신화의 주인공인 여성 자청비는 신적 지위를 획득하고 이끄는 능력에 있어서는 남성신들을 능가한다. '자청비'는 운명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여성의 강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자청비의 신화적 인물형은 다른 무속신화의 경우처럼 여성이 신적 능력을 획득하고 지배하는 여성신의 전형이다. 내륙의 무속신화의 여주인공들은 운명적 능력이 이미 부여된 대상이라면 '자청비'는 주체적이고 선택적인 행위를 통해 신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농경신의 이야기는 제주도에서만 발견되지만 신적 능력과 모습은 내륙의 신화들과 독립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청비의 모습에는 다양한 무속신들의 모습이 겹친다. 농경신이 되기까지 자청비는 자신의 앞날을 찾아 문도령을 좇으며 하늘신의 문을 두드렸고, 죽은 자를 살려내기 위해 고난의 길을 떠났으며, 신직을 구하기 위해 하늘의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해 농경신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청비는 내륙의 여신들과 닮은 성격을 보여준다. '세경본풀이'가 무가본풀이로서 연희되는 전승범위는 제주도 지역에 한정되어 있으나, 신화로서 그 화소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건전개의 모티프와 화소들의 기능이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다양한 신화를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진국 대감댁에 자녀가 없어 근심하다 동계나무상주사 중이 시주공양을 하면 자손을 본다는 말에 그 절에 시주하기로 약속한다. 약속대로 시주를 가던 중 서계나무 배금사 중을 만나는 바람에 그곳에 시주공양을 하고 만다. 동계나무상주사 중이 분노하여 김진국 대감에게 딸을, 그 집 하녀 정수덕에게 아들을 점지한다. 김진국의 딸 자청비는 정수덕과 빨래를 간 곳에서 옥황의 문도령을 만난다. 자청비는 문도령에게 자신을 오빠라 속여 남장을 하고 글공부를 따라나선다. 같은 해, 날, 시간에 태어난 자청비와 문도령은 삼 년 글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간다. 자청비는 여자임을 밝히고 문도령과 사랑을 나눈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문도령이 옥황으로 올라간다. 정수남이 자청비의 말과 소 아홉을 먹어치우고 문도령을 만났다는 거짓말로 속인다. 정수남이 자청비를 속여 산으로 데려가 욕보이려하자 자청비가 정수남을 죽인다. 정수남을 죽인 죄로 쫓겨난 자청비는 사라대왕의 집에 우는 요망한 새를 없애 주고 그 집에 장검을 숨겼다.
자청비와 문도령 이야기의 적층 양상. 이영지. 2008. 경상대학교 배달말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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