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래피와 유사한 개념 중에 홀론(holon)이라는 말이 있다.
홀론은 유태계 헝가리 출신의 영국 소설가 아더 케슬러가 만든 용어다. 케슬러는 요소환원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홀론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홀론은 그리스어 홀로스(holos; 전체)와 온(on; 부분, 입자)의 합성어로, 즉 부분이면서 동시에 전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시스템에서나 부분과 전체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이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려는 개념이 바로 홀론이다.
홀론은 독립성과 의존성, 모두를 갖춘 존재이다. 그 무엇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절대적인 독립자를 절대독자(絶對獨者)라 하는데, 이 우주 안에 절대독자는 있을 수 없다. 의존성이 전혀 없는 절대독자들은 마치 모래알과 같아서 그들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대로 독립성은 전혀 없고 의존성만 있는 것도 무용지물이다. 이것은 마치 묽은 진흙탕이나 물처럼 주루룩 흘러내리고 자신의 모습조차 갖지 못한 존재이다.
그러나 홀론은 독립성과 의존성으로 서로 결합해서 어떤 구조를 만들고 형체를 만들어나간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각각 특정의 비율로 독립성과 의존성을 갖춘 홀론들이다.
또 홀론은 위와 아래 어디나 열려 있는 일종의 개방계이다. 개방계로서의 홀론은 위로부터 끊임없이 정보를 얻어내고 그것을 아래로 보내주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케슬러는 우주가 홀론의 계층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누가 결합하여 쿼크를 만들고, 쿼크가 강한 상호작용을 해서 핵자를 만들고, 다시 원자핵, 원자, 분자, 세포, 생명체를 만드는 것도 홀론시스템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원자, 모든 행성, 모든 태양은 우리 몸이 그렇듯이 하나의 유기체이다. 그들은 위대한 하나의 생명(One Life)의 유기적인 현현체이다." (<비교의 물리> p.116)
신비학에서 공간은 홀로그래피 혹은 홀론의 성격을 갖춘 '초공간'(이때의 초공간은 단순히 3차원 우주를 넘어선 고차원의 영역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모두 포함한 통일적 유일자로서의 공간을 말한다)이다. 초공간은 단지 현현된 질서와 접혀진 질서, 즉 우리의 인식하에 있는 3차원 물질우주와 보이지 않는 세계로 양분될 뿐 아니라(이것을 明在界와 暗在界로, 혹은 유한계와 무한계로 구분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한한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간은 다중(뭇겹)으로 되어 있으며 그것을 우리는 공간의 공간들(spaces of Space)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그 공간들은 경계가 없는 물리적인 공간의 영역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중요하게는 내부의 공간, 그리고 그 내부의 내부의 공간, 무한한 안쪽으로의 영역들이다." (<오컬티즘의 원천> p.74)
즉 다중구조의 공간에서 한 공간은 더 낮은 차원의 공간에 대해서는 접혀진 질서와 펼쳐진 질서의 관계에 있으며, 더 높은 차원의 공간에 대해서는 반대로 펼쳐진 질서와 접혀진 질서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접혀진 질서의 접혀진 질서, 또 그 접혀진 질서의 접혀진 질서가 계속 소급하여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인식하는 3차원 물질우주는 더 높은 차원의 펼쳐진 질서의 펼쳐진 질서의 펼쳐진 질서, 또는 보다 근원적인 홀로그램의 그림자의 그림자의 그림자쯤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분화된 초공간은 7중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신비학에서는 이야기한다.
"공간은 비교의 상징학에서 '일곱 개의 피부를 가진 영원한 어머니-아버지'로 표현된다. 공간은 미분화(未分化) 상태에서 분화한 층에 이르기까지 일곱 층의 표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교> 1권, p.9)
<그림 5.5> 일곱 개의 피부를 가진 공간(<공간-의식의 기하> p.87)
이 분화된 일곱 층의 공간을 신비학에서는 존재의 계(plane of existence)라고 하는데, 각각의 존재계는 다음과 같은 나름대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아디계 (Adi plane)
아누파다카계 (Anupadaka plane)
아트마계 (Atmic plane)
붓디계 (Buddhic plane)
멘탈계 (Mental plane)
아스트랄계 (Astral plane)
물질계 (Physical plane)
우리가 인식하는 3차원 공간은 물질계에 해당한다. 물질계의 궁극원자인 아누에 힘을 부어주는 상위의 4차원 공간은 아스트랄계이다.
"하나는 힘이 '바깥에서', 즉 4차원 공간인 아스트랄계에서 흘러들어와 아누를 통과하여 물질계로 쏟아져 들어간다." (<오컬트화학> 제3판, p.13)
그러나, 이들 상위 차원의 공간들이 말 그대로 일반 공간 개념의 '위'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 차원의 공간을 나타낸 위의 그림은 상징일 뿐이다. 굳이 말하자면 모든 존재의 계들은 서로 중첩되어 있을 뿐 아니라, 3차원적인 위치 개념을 초월해 있다. 그러므로 아스트랄계의 공간으로 가기 위해서 초광속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바깥이나, 은하계 바깥으로 빠져나갈 필요는 없다. 라디오파나 가시광선, 자외선, 또는 X선과 같이 전혀 다른 주파수의 전자기파가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중첩된 공간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공간론에서 현대물리학은 신비학이 그간 주장해오던 공간의 성질을 인정하거나 실험 혹은 수학적 계산으로 이를 반증해주는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즉 캐시미어 효과는 신비학의 공간 충만설을, 아스펙스의 실험은 공간의 비국소성을, 그리고 홀로그래피와 홀론 개념은 부분과 전체의 유기적 관계를, 또 궁극원자와 우주 양쪽 다가 블랙홀일 수 있다는 사실은 신비학의 다중적 공간론을 확인해주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누가 물질우주의 가장 작은 경계선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그것이 한 세계의 끝이 아니라, 어쩌면 상위 차원이라고 해야 할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가는 미지의 출입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계적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경이로움에 숙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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