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48대 경문대왕>

경문대왕의 휘는 응렴이고 18세에 국선이 되었다.

약관의 나이가 되자, 헌안대왕은 낭을 불러 궁중에서 연회를 베풀고 물었다.

"낭은 화랑이 되어 사방을 유람했는데, 무슨 특별한 것이라도 보았는가?"

낭이 아뢰었다.

"신은 아름다운 행실을 가진 사람 셋을 보았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게."

낭이 말하였다.

"다른 사람의 윗자리에 있을 만한데도 겸손하게 다른 사람의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이 그 하나요, 세력 있고 부유한데도 의복이 검소한 사람이 그 둘이요, 본래 귀한 세력이 있는데도 그 위세를 펼치지 않는 사람이 그 셋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가 어진 것을 알고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짐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그대에게 시집보내 시중을 들게 하고자 한다."

낭은 자리를 피해 절하고 머리를 조아린 후 물러났다. 그리고 이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니 부모가 놀라고 기뻐하며 그 자제들을 모아 의논하였다.

"왕의 맏공주는 외모가 아주 보잘 것 없지만, 둘째는 매우 아름다우니 그녀에게 장가를 드는 것이 좋겠다."

낭의 무리 중에 우두머리인 범교사란 자가 그 말을 듣고는 집으로 찾아와 낭에게 물었다.

"대왕께서 공주를 공에게 시집보낸다는 것이 사실이오?"

낭이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가 물었다.

"그럼 둘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겠소?"

낭이 말하였다.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동생을 선택하라고 명하셨소."

범교사가 말하였다.

"낭이 만약 동생을 선택한다면 나는 반드시 낭의 눈앞에서 죽을 것이오. 맏공주에게 장가를 든다면 반드시 세 가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잘 살펴 결정하시오."

"가르쳐준 대로 하겠소."

얼마 후 왕이 날을 잡고 사람을 보내 낭에게 말하였다.

"두 딸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는 오직 공의 뜻에 따르겠다."

심부름 갔던 사람이 돌아와 낭의 뜻을 아뢰었다.

"맏공주를 받들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자 왕은 병이 위독하여 여러 신하들을 물러 말하였다.

"짐에게는 아들이 없으니, 죽은 뒤의 일은 맏딸의 남편인 응렴이 이어 받도록 하라."

이튿날 왕이 죽자 낭은 유조를 받들어 즉위하였다. 그러자 범교사가 왕에게 와서 아뢰었다.

"제가 아뢴 세 가지 좋은 일이 이제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맏공주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지금 왕위에 오르신 것이 그 한 가지이고, 이제 쉽게 아름다운 둘째공주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이 그 두 가지이며, 맏공주를 선택했기 때문에 왕과 부인이 매우 기뻐하신 것이 그 세 가지입니다."

왕은 그 말을 고맙게 여겨 대덕이란 벼슬을 주고 금 130냥을 내렸다.

왕이 죽으니 시호를 경문이라 하였다. 왕의 침전에는 매일 저녁마다 수많은 뱀들이 모여들었는데, 대궐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놀라고 무서워 몰아내려 하니 왕이 말하였다.

"나는 뱀이 없으면 편히 잠들 수가 없으니 몰아내지 말라."

그래서 매일 잠잘 때면 뱀이 혀를 내밀어 왕의 가슴을 덮었다.

왕은 즉위한 후 귀가 갑자기 당나귀 귀처럼 자랐다. 왕후와 궁인들은 모두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오직 복두장 한 사람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생토록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죽을 때가 되자 도림사 대숲 가운데로 들어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나무를 향해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왕은 그것을 싫어하여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는 산수유를 심었는데, 바람이 불면 이런 소리가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

화랑 요원랑, 예흔랑, 계원, 숙종랑 등이 금란을 유람하면서 임금을 위해 나라를 다스릴 뜻을 은근히 품었다. 그리하여 가사 3수를 짓고, 다시 사지 심필에게 공책을 주어 대구화상에게 보내어 노래 3수를 짓게 했는데, 첨째는 현금포곡이고, 둘째는 대도곡이며, 셋째는 문군곡이다. 이것을 왕에게 아뢰니 왕이 아주 기뻐하여 상을 내렸다 하는데 가사는 자세하지 않다.

출처 : 賢雲齋 현운재

글쓴이 : 성고운(3)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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