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각순
두레 문화기행 연구 위원, 한국사
옛날부터 경치가 아름다워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심신을 휴양하며 많은 예술작품의 무대가 되었던 곳을 이름하여 8경·10경 등으로 칭하였다.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곳이 대한팔경이요,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읊은 시가 신도팔영·한도십영이요, 남산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여덟 풍경을 읊은 것이 남산팔영인 것이다. 여기서 20세기 이후 파괴되어 가는 자연환경을 안타까워하며 도시개발 이전의 서울풍경과 서울의 자연생태를 회복하는 방향성을 제시해 본다.
1. 신도팔영(新都八詠)
조선 태조 7년 4월 26일 신도 한성부의 도시모습을 그린 병풍을 하사 받아 완성된 도성의 풍광을 읊은 것으로, 정도전·권근·권우의 시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한다.
기전산하(畿甸山河) ; 서울과 인근의 경기지역의 산천경개
도성궁원(都城宮苑) ; 경복궁을 중심으로 잘 배치된 성곽과 궁궐의 모습
열서성공(列署星拱) ; 육조거리(세종로)에 여러 관아들이 정연히 배열된 모습
제방기포(諸坊碁布) ; 한성부 5방에 여염집들이 바둑판처럼 자리잡고 있는 모습
동문교장(東門敎場) ; 동대문 밖 살곶이벌(뚝섬)의 국립목장
서강조박(西江漕泊) ; 삼개나루(마포) 서강에 정박한 배들의 모습
남도행인(南道行人) ; 남쪽의 한강을 건너 도성으로 들어오는 행인들의 모습
북교목마(北郊牧馬) ; 북쪽 교외목장의 군마들의 모습
2. 한도십영(漢都十詠)
조선 초기 성종 연간에 풍류왕족인 월산대군과 강희맹·서거정·이승소·성임 등이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 열 곳을 읊은 시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한다.
장의심승(藏義尋僧) ; 장의사(세검정)로 찾아드는 스님들의 모습
제천완월(濟川翫月) ; 한강변 제천정(한남동)에서의 달구경
반송송객(盤松送客) ; 서부 반송방(서대문사거리)에서의 길손을 전송하고 맞이하는 모습
양화답설(楊花踏雪) ; 한겨울에 양화진의 눈길을 걷는 정경
목멱상화(木覓賞花) ; 남산의 꽃구경
전교심방(箭郊尋芳) ; 전관평(살곶이벌)의 봄날 향기로운 꽃놀이
마포범주(麻布泛舟) ; 마포강 잠두봉 아래에서의 한가한 뱃놀이
흥덕상화(興德賞花) ; 흥덕사(혜화동) 연못의 연꽃구경
종가관등(鐘街觀燈) ; 사월초파일의 종로 연등축제
입석조어(立石釣魚) ; 한강 두모포 앞 입석포(금호동)에서의 낚시
3. 국도팔영(國都八詠)
고종 연간에 편찬된 ≪동국여지비고≫에 국도팔영을 소개하고 있어 조선 말기의 서울의 경승을 살필 수 있다.
필운화류(弼雲花柳) ; 필운대의 꽃과 버들
압구범주(鴨鷗泛舟) ; 한강변 압구정의 배띄우기
삼청녹음(三淸綠陰) ; 북악 삼청동의 시원한 녹음
자각관등(紫閣觀燈) ; 자하골 창의문에서 보는 관등놀이
청계관풍(淸溪觀楓) ; 청풍계의 단풍놀이
반지상련(盤池賞蓮) ; 서부 반송정의 서지(西池) 연꽃구경
세검빙폭(洗劍氷瀑) ; 세검정 계류의 시원한 폭포
통교제월(通橋霽月) ; 광통교에서 보는 비 개인 후의 맑은 달
4. 남산팔영(南山八詠)
옛날부터 많은 명사·문인들이 남산 올라 끝없는 풍경, 탁트이는 심금을 명시로 읊어 전하여 온다. 앞에서 보았듯이 한도십영(漢都十詠) 중에「목멱상화(木覓賞花)」가 있으며, 세종(1419∼1450) 때의 문인 정이오(鄭以吾)는 일찍이 남산팔영(南山八詠)을 읊어 유명하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려 있다.
운횡북궐(雲橫北闕) ; 북쪽 산기슭의 구름속에 펼쳐있는 궁궐의 전경
수창남강(水漲南江) ; 장마철에 한강에 넘쳐 흐르는 물길과 강변풍경
암저유화(巖底幽花) ; 늦은 봄까지 층암계곡 바위밑에 피어있는 그윽한 꽃감상
영상장송(嶺上長松) ; 산마루에 우거진 낙락장송의 풍치
삼춘답청(三春踏靑) ; 3월에 남쪽기슭 곳곳에서 푸른 풀 밟는 정경
구일등고(九日登高) ; 9월 9일 중양절에 높은 언덕을 찾아 벗과 함께 나누는 주흥과 시흥
척헌관등(陟▩觀燈) ; 사월초파일 연등행사를 남산에서 내려다보는 야경
연계탁영(沿溪濯纓) ; 계곡사이 맑은 물에 갓끈을 빨아 말리는 선비들의 운치
5. 서호십경(西湖十景)
동호(두모포)·남호(용산강)의 대칭으로 마포에서 서강·양화진 일대를 서호라 한다. 즉 한강의 서쪽 명소로 서강·잠두를 말하는데, 조선 영조 때 한성부판윤·대제학을 지낸 서명응(徐明膺)은 저서 ≪보만재집(保晩齋集)≫ 권1에서 이곳의 경승을 서호십경으로 읊고 있다.
백석한조(白石早潮) ; 백석에 아침 일찍 오르는 바닷물
청계석람(靑谿夕嵐) ; 청계산의 저녁기운
율서우경(栗嶼雨耕) ; 밤섬의 비갠 후 밭갈이
마포운범(麻浦雲帆) ; 마포의 구름처럼 정박해 있는 돛단배
조주연류(鳥洲烟柳) ; 새섬의 저녁연기와 버들가지
학정명사(鶴汀鳴沙) ; 방학다리 아래 밟으면 소리나는 곱고 깨끗한 모래밭
선봉범월(仙峰泛月) ; 선유봉 아래 물에 비친 달
농암관창(籠岩觀漲) ; 밤섬 앞에 있던 농바위에 한강물이 넘치는 모습
노량어조(露梁漁釣) ; 노량진에서의 고기잡이와 낚시
우잠채초(牛岑採樵) ; 와우산에서의 땔나무하기
6. 마포팔경(麻浦八景)
와우산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서강·마포강과 그 맞은 편의 관악산·청계산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무악과 인왕·북한산 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포·서강 지역의 강변 풍경이 워낙 절경이었기에 옛 사람들은 일찍이 마포팔경을 일컬어 왔다.
이 마포팔경을 서호팔경 또는 서강팔경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마포구 ≪마포구지≫) 마포팔경의 진면목을 정확하게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 지금의 상수동사무소의 북쪽 고지대와 와우산의 서강시민아파트 자리이다.
용호제월(龍湖霽月) ; 비 갠 날 저녁 용산강에 뜬 달
마포귀범(麻浦歸帆) ; 마포·서강나루로 돌아드는 돛단배
방학어화(放鶴漁火) ; 방학교(放鶴橋, 여의도 영등포쪽) 샛강의 고깃배 불빛
율도명사(栗島明沙) ; 밤섬의 맑고 깨끗한 모래밭
농암모연(籠岩暮煙) ; 농바위의 저녁 때 오르는 연기
우산목적(牛山牧笛) ; 와우산 목동들 피리소리
양진낙조(楊津落照) ; 양화진 석양 노을
관악청람(冠岳晴嵐) ; 화창한 날에 아른거리는 관악산의 아지랑이
그러나 6·25전쟁과 도시화 과정에서 마포팔경 중 마포귀범·방학어화·율도명사·농암모연·우산목적의 5경은 자취를 감추었다.
7. 양천팔경(陽川八景)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궁산은 옛 양천고을의 진산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변 풍광은 시정을 불러일으키는 명승이었다. 아울러 이곳 현감으로 왔던 겸재 정선은 그 풍광을 진경산수로 읊고 사천 이병연은 진경시를 지어 어우러진 작품을 연출하였다. 양천고을의 옛이름을 따라 파릉팔경이라고도 한다.(강서문화원 ≪강서문화와 역사≫)
악루청풍(岳樓淸風) ; 소악루의 맑은 바람
양강어화(楊江漁火) ; 양화진의 고기잡이 불
목멱조돈(木覓朝暾) ; 목멱산의 해돋이
계양낙조(桂陽落照) ; 계양산의 낙조
행주귀범(杏州歸帆) ; 행주로 돌아드는 고깃배
개화석봉(開花夕烽) ; 개화산의 저녁 봉화
한산모종(寒山暮鐘) ; 겨울 저녁 산사(개화산 약사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이수구면(二水鷗眠) ; 안양천에 졸고 있는 갈매기
8. 승가팔경(僧伽八景)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의 대표적인 사찰 가운데 하나인 승가사에서 바라본 가장 아름다운 여덟 풍광을 승가팔경이라 한다.(김영복, <북한산답사>)
보현추월(普賢秋月) ; 보현봉에서 뜬 가을 달
세곡초적(細谷樵笛) ; 앞 작은 계곡에서 들리는 나무꾼의 피리소리
목멱봉화(木覓烽火) ; 목멱산의 봉화
석굴음천(石窟飮泉) ; 승가사 영천의 샘물
모암조운(帽巖朝雲) ; 사모바위의 아침구름
비봉망해(碑峰望海) ; 비봉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
삼계숙무(三溪宿霧) ; 인왕산 기슭 삼계동에 어리는 구름과 안개
오호귀범(五湖歸帆) ; 동호·서호·남호·행호 등 한강 5강에 돌아오는 돛단배
9. 황학정팔경(黃鶴亭八景)
인왕산 기슭 사직단 위에 있는 황학정에서 바라본 팔경을 말한다. 정자 뒤 약수터 위 암벽에 팔경을 새겨 놓았으며, 1928년 9월의 풍경이다.(황학정 ≪황학정백년사≫)
백악청운(白岳晴雲) ; 서울의 주산인 북악에 맑은 구름이 걸린 풍경
자각추월(紫閣秋月) ; 자하문 문루에 걸린 가을밤에 뜬 달
모암석조(帽巖夕照) ; 황학정 좌청룡의 감투바위에 석양빛이 드는 모습.
방산조휘(榜山朝暉) ; 인왕산 바위능선에 해가 뜰 무렵 비치는 새벽 햇살
사단노송(社壇老松) ; 사직단 주변에 노송이 우거진 모습
어구수양(御溝垂楊) ; 경복궁 옆을 흐르는 청풍계에 늘어진 수양버들 모습
금교수성(禁橋水聲) ; 경복궁 옆 금청교 아래에 흐르는 청풍계의 물소리
운대풍광(雲臺楓光) ; 인왕산 기슭 필운대의 단풍든 모습. ■두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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