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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의 가계와 교유관계

눈자라기 2009. 3. 15. 11:27

이옥은 성균관 유생으로서 과문에 소품체를 구사하여 정조 임금으로부터 '불경스럽고' '괴이한 문체'를 고치라는 명을 받고, 급기야 군에 편적되어 유배되었던 문제적 인물이다. 해배 이후 그는 더 이상 과장에 출입하지 않고 바닷가 남양에 칩거하면서 오로지 문학창작에 매달리며 여생을 마쳤다. 그가 활동했던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의 조선왕조는 사회, 정치, 문화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농업생산의 향상과 상품화폐경제의 발전에 따라 장사의 흥성과 소비계층의 형성, 사족의 광범한 물락과 시정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간군상의 출현, 성리학의 경직화와 실학 학풍의 수축 및 서학의 침투 등 일련의 현상이 그것이다.

  이 시기의 문풍 또한 유가경전에 기반한 고전적이고 격식을 추구하는 당송의 시와 고문 외에 시속의 변화와 개인의 서정을 붓 가는대로 표현하는 소품문체가 한줄기 새로운 문학 조류로 등장하였다. 이옥은 이 새로운 문학 조류를 수용하고 창작하는 데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었다.

 

현재 이옥의 성장 배경이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여기서는 그 자신의 글과 친구인김려의 문집 발문에 언급된 내용을 토대로 재구한 것임을 밝혀둔다.

  이옥의 자는 기상이고, 호는 문무자, 경금자, 매화외사, 매암, 매계자, 매화탕치농, 매화외사, 도화유수관주인, 화석자, 석호주인, 문양산인 등등을 사용하였다.

  숭정삼경술증광사마방목과 숭정삼갑술증광사마방목에 따르면 이옥의 본관은 전주로 조부는 어모장군 용양위행부사과를 지낸 동윤이고, 부친 상오는 임인생으로 자가 사항이며 영조 30년 진사시에 합격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이옥은 그의 나이 서른한 살 때인 정조 14년 증광시에 응시하여 생원이 되었는데 그 방목에 의하면 위로 두 형 영과 박, 밑으로 아우 집이 있었다. 기타 가족관계는 자세하지 않다. 다만 김려의 제후를 통해서 경금소부와 중흥유기 등의 유고를 수습하여 김려를 찾아간 아들 우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옥의 가계는 전후 3대에 걸쳐 현달한 이가 없고 전주 이씨이긴 하지만 그의 당대에는 이미 종계를 내세울 처지도 아니었던 것 같다.

  이옥의 당색 역시 알 수 없는데, 노론으로서 당파성에 철저했던 김려와 달리 편당적 입장을 취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멸와 교분이 두터웠던 이 시기 노론계 인사들의 문집에서 잉옥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성균관 상재생으로 당시 남인, 북인, 소론이 기숙했던 동재머물렀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노론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 늗ㅅ하다. 그러나 남인, 북인, 소론 어느 쪽에 속해 있었던가도 또한 알 수가 없다.

  그의 본가는 경기도 남양 매화동에 있었고 얼마간의 전장과 노비가 있었다. 그의 '물고기 기르는 못에 대하여'에 따르면 바닷물을 막아 어장을 조성하는데 아흐레 걸려 오십여 명의 공력을 투입했다고 하며, '차조 이야기'에는 차조밭을 가꾸는데 "어른 종 한 명, 아이 종 넷, 여종 셋"이 동원되었고, 또 넓고 한적한 땅에 온갖 곡식을 가꾸며 "집안에 수백 권의 장서"를 갖추고 "마당에는 기십 본의 꽃을 심었다"고 한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경제적 여건 아래 독서와 창작에 몰두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교유한 인물로는 성균관 유생시절 서로의 문학세계를 이해 격려하고 사후에 유고를 수습 정리한 김려가 있고, 역시 한때 소품을 즐겨 썼던 김려의 동생 기선과의 교분이 확인된다. 한편 강이천과의 관계는 구체적으로 고증할 수는 없지만, 그 역시 이옥과 같은 시기에 성균관 유생을 ㅗ김려와 절친했고 문체가 초쇄하다는 이유로 견책을 받았으며 '서경금자납정십편'이라는 독후기를 썼던 것으로 보아 잘 지내던 사이였다고 여겨진다. 이옥, 김려, 김선, 강이천은 당시 권력 핵심에서 소외도니 문인들로서 정조 임금이 모두 그 소품체를 거명하고 질책한 바 있다. 이들은 1790년대에 성균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명청제가의 문집에 심취하면서 한때 활발한 문학적 교유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역주 이옥전집 1 .  고전문학연구회 역주. 소명출판.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