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자라기 2007. 11. 26. 22:08

감군은(感君恩)

                    상진(尙震)



四海(사해) 바닷 기�는 닫줄로 자히리어니와

님의 德澤(덕택) 기�는 어느 줄로 자히리잇고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一竿明月(일간 명월)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泰山(태산)이 높다 컨마라는 하랄 해 몬 밋거니와

님의 놉프샨 恩(은)과 德(덕)과는 하늘가티 노프샷다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一竿明月(일간 명월)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四海(사해) 넙다한 바다한 舟楫(쥬즙)이면 건너리어니와

님의 너브샨 恩澤(은택)을 此生(차생)애 갑소오릿가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一竿明月(일간 명월)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一片丹心(일편 단심)뿐을 하늘하 아르쇼셔

白骨糜粉(백골 미분)인달 丹心(단심)이딴 가시리잇가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一竿明月(일간 명월)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시어, 시구 풀이]

자히리어니와 : 재려니와. ‘자히다’는 ‘재다, 측량하다’의 뜻임

향복무강(享福無彊) : 끝없이 많은 복을 누림

일간명월(一竿明月) : 한 가닥 낚싯대 위의 달

놉다 컨마라는 : 높다고 하건마는

밋거니와 : 미치거니와

쥬즙(舟楫) : 배와 노. 배를 의미함

차생(次生) : 이승. 이 세상

 백골 미분(白骨糜粉) : 백골이 가루가 됨

 가시리잇가 : 변하겠습니까

 四海(사해) 바닷 기�를 - 어느 줄로 자히리잇고 : ‘바다의 깊이’와 ‘임금의 덕택’을 대조

                 시켜 임금의 은덕이 그 깊이를 잴 수 없을 만큼 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享福無彊(향복 무강)하샤 萬歲(만셰)를 누리쇼셔 : 반복을 통해 끝없는 많은 복을 영원

                  토록 누릴 것을 송축하고 있다.

 一竿明月(일간 명월)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 자연과 군주를 별개의 것이 아닌 등가

                   물(等價物)로 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泰山(태산)이 높다 컨마라는- 하늘가티 노프샷다 : 임금의 은덕을 ‘하늘’에 비유하여 세상

                   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태산’보다 더 높음을 찬양하고 있다.

 四海(사해) 넙다한 바다한 - 此生(차생)애 갑소오릿가 : 아무리 넓은 바다라고 할지라도

                   건널 수 있지만 임금의 은혜로 너무나도 넓어서 평생을 걸쳐도 다 갚을

                   수 없을 것이라고 찬미하고 있다.

 一片丹心(일편 단심)뿐을 -  丹心(단심)이야 가시리잇가 : 여기서 ‘하늘’은 곧 임금을 가리

                   킨다. 육신이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임금을 향한 충성심은 절대 변함이 없

                   을 것임을 맹세하고 있다.


[전문 풀이]

사해 바다의 깊이는 닻줄로 잴 수 있겠지만

임금님의 은덕은 어떤 줄로 잴 수 있겠습니까?

끝없는 복을 누리시며 만수무강하십시오.

끝없는 복을 누리시며 만수무강하십시오.

밝은 달빛 아래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태산이 높다고 하지만 하늘의 해에 미치지 못하듯이

임금님의 높으신 은덕은 그 하늘과 같이 높으십니다.

-후렴구-


아무리 넓은 바다라고 할지라도 배를 타면 건널 수 있겠지만

임금님의 넓으신 은택은 한평생을 다한들 갚을 수 있겠습니까?

-후렴구-


일편단심뿐이라는 것을 하늘이시여 아소서.

백골이 가루가 된다한들 단심이야 변할 수 있겠습니까?

-후렴구-


[핵심 정리]

 지은이 - 상진(尙震)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정도전' 혹은 '하윤'으로 보는 견해가 있음

 갈래 - 악장

 연대 - 명종 때

 형식 - 4장으로 분연된 속요체 악장

 성격 - 교술적, 송축가

 표현 - 임금의 은덕을 극단적인 대상과 비교하여 과장적으로 찬미

 주제 - 임금의 은덕을 송축

 출전 - 악장가사, 고금가곡


작품 해설

 이 작품의 전체 4장 가운데에서 제3장까지는 첫 줄의 끝이 ‘― 어(거)니와’로 똑같다. 이 어미는 양보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그 다음에 진술되는 것이 훨씬 크고 중함을 뜻하게된다. 둘째 줄에서 임금님의 은혜가 바다의 깊이, 태산의 높이, 바다의 넓이―그 어느 것보다 크고 중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표현 구조는 오늘날 ‘어머님의 마음’에 나오는 한 구절을 연상하게 해 준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노래의 표현 구조가 같다는 사실은 우리 문학이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는 점과 전통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다. 한글 창제로 기록된 국문 문학의 초기 작품에서 이 점을 알 수 있다는 데 이 작품 감상의 한 가지 의의가 있다.

 이 작품에 대한 문학적 평가는 여타의 조선조 악장에 대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군왕의 송덕(頌德)을 위주한 만큼 더러 사실(事實)이라 할지라도 아유적(阿諛的), 과장적인 찬사에 불과”(이병기, ‘국문학전사’)하다거나 “그 문학 정신은 비판 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아첨하는 태도가 농후하게 반영되어 있다.”(정병욱, ‘한국 고전시가론’)고 혹평받아 왔다. 사실 이 작품 같은 송축가는 송축을 받는 당사자나 혹은 그 정치 체제에 적극 동조하는 자 이외에는 그 내용에 공감을 가지기는 힘들 것이다. 즉, 문학적으로 우수하거나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품에 사용된 비유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상투적이며, 식상할 정도로 과장법이 구사되고 있으며, 문학적 긴장이 결여되어 있는 점 등은 이러한 평가를 낳게 하는 요인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다른 송축가와 구별되는 독특한 면모는 후렴구의 마지막 ‘一竿明月(일간 명월)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라는 구절에 있다. 즉 ‘一竿明月’(자연을 즐기는 생활)과 ‘君恩’(왕덕과 찬양과 송축)이라는 대조적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사상은 이전의 송축가에는 흔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이러한 기법을 구사한 이후로 그 뒤를 이은 많은 가사, 시조 등의 작품에서 자연과 임금을 별개의 것이 아닌 등가물(等價物)로 놓고 충군을 노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감군은’이 본보기가 되어, 자연과 충군이 등가물로 인식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한 예를 들어 본다.

 江湖(강호)에 겨월이 드니 눈 기� 자히 남다.

 삿갓 빗기 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맹사성의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중 ‘동사(冬詞)’]


<참고> 악장에 대하여

 궁중의 여러 의식과 행사 및 연례(宴禮)에 쓰인 노래의 가사, 즉 종묘 제향(宗廟祭享)이나 공사 연향(公私宴享)에서 불려지던 조선 초기의 송축가(頌祝歌)를 이른다.

 조선의 국기(國基)가 공고히 다져지고 모든 제도가 정비 · 개혁되면서부터 차차 조선의 건국과 문물 제도를 찬양하고, 임금의 만수무강과 자손의 번창을 축원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특권층 귀족의 다분히 목적성을 띤 문학이었기 때문에 얼마간 성행하다가 성종 때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를 형태별로 보면, 한시체, 속요체, 경기체가체, 신체 등으로 나뉘며, <악학궤범> <악장가사> <시용향악보> 등에 실려 전한

 

출처: 효천서당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