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율 있는 글/詩

[스크랩] 보들레르(악의 꽃)

눈자라기 2007. 11. 21. 04:29

 

독자에게

 

 

 

어리석음, 과오, 죄악,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벼룩 기르듯이,

우리의 알뜰한 회한을 키우도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무른고야.

고해에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치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 줄 알고,

좋아라 흙탕길로 되돌아오는구나.

 

홀린 우리 정신을 악의 베갯머리에서

오래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악마>,

그러면 우리 의지의 으리으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종하는 끄나풀을 쥔 것은 <악마>인지고!

지겨운 물건에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거음씩 악취 풍기는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지옥>으로 내려가는구나,

 

구년묵이 똥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제의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처럼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 뇌수 속엔 한 무리의 <마귀>떼가

백만의 회충인 양 와글와글 엉겨 탕진하니,

숨 들이키며 <죽음>이 폐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다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소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포를 수놓지 않았음은

오호라!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치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릉대고 기어가는 피 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다!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니,

 

그놈이 바로 <권태>! - 뜻없이 눈물 고인

눈으로, 놈은 담뱃대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의 독자여, ──내 동류여, ──내 형제여!

 

 

 

 

 

*참조*1-2연, 일반(작자를 포함)의 위선적인 종교생활, 3-6연, 악마의 유혹과 조종에 의한 전락, 7연, 악에 있어서

         조차 대담하지 못한 인간, 8연, 갖가지 악덕(괴물) 중에도 가장 아질인 권태. 최종구에서 독자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듯이 가면을 벗긴 점, 전무후무한 <독자에게>의 헌시라 하겠다

 

출처 : ghdud5233
글쓴이 : 호용낭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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