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는가? / 시골에만 묻혀 살아가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산다고
해서 어떠하리오. / 하물며 자연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이 병을 고쳐서 무엇하겠는가?
[2] 안개와 노을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 가네 / 이러한 가운데
바라는 일은 허물이나 없고자 한다.
[3] 순풍(순박하고 좋은 풍속)이 죽었다 하는 말이 진실로 거짓말이로구나 / 사람의 성품이 어질다
하는 말이 진실로 옳은 말이로구나 / 천하에 허다한 영재를 속여서 말씀할까.
[4] 그윽한 향기의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자연히 좋구나. / 백운이 산에 걸려 있으니 자연히
보기가 좋구나. / 이러한 가운데에서 저 한 아름다운 분(임금)을 더욱 잊지 못하는구나.
[5] 산 앞에 대(臺)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는구나. / 떼를 지어서 갈매기들은 오락가락 하는데
/ 어찌하여 새하얀 망아지는 멀리 마음을 두는가.
[6] 봄바람에 꽃이 산을 뒤덮고 가을 밤에 달은 누각에 가득차는구나. / 네계절의 아름다운 흥이
사람과 마찬가지라 / 하물며 천지조화의 오묘함이야 어느 끝이 있을까.
[7] 천운대를 돌아서 완락재가 맑고 깨끗한데 / 많은 책을 읽는 인생으로 즐거운 일이 끝이 없구나.
/ 이 중에 오고가는 풍류를 말해 무엇할까.
[8] 벼락이 산을 깨쳐도 귀먹은 자는 못 듣나니 /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떠 있어도 장님은 보지 못
하나니 / 우리는 눈도 밝고 귀도 밝은 남자로서 귀먹은자와 장님같지는 말아라(학문을 닦아 도를
깨우치며 살자).
[9] 옛 훌륭한 어른이 지금의 나를 못 보고 나도 고인을 뵙지 못하네 / 고인을 뵙지 못해도 그분
들이 행하시던 길이 앞에 놓여 있으니, / 그 가던 길(진리의 길)이 앞에 있으니 나 또한 아니 가고
어떻게 하겠는가?
[10] 그 당시에 학문에 뜻을 두고 실천하던 길을 몇 해나 버려두고 / 어디에 가서 다니다가 이제야
돌아왔는가? /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다른 곳에 마음을 두지 않으리라.
[11] 청산은 어찌하여 항상 푸르며, / 흐르는 물은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칠 줄을 모르는가 / 우리
도 그치지 말아서 오래도록 높고 푸르게 살아가리라.
[12] 어리석은 사람도 알며 실천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 (그러나)성인도 못 다
행하니, 그것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 쉽거나 어렵거나간에 (학문 수양의 생활 속에서)
늙어가는 줄을 모르노라.
*초야우생 →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겸손의 표현)
*천석고황 →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연에 묻혀 지내고 싶은 마음의 고질병
*순풍 → 예부터 내려오는 순박한 풍속. 특히 뒷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도의나 윤리를 가리킴
*교교백구 → 현인이나 성자가 타는 새하얀 망아지
*머리 마음하는고? → 멀리 마음을 두는가? 멀리 가려고만 하는가? 여기를 버리고 딴 데 뜻을 지니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지님.
*어약연비 → '고기는 뛰고 솔개는 난다'는 말로 <시경>에 나오는 말. 천지 조화의 묘함을 이름.
*운영천광 → 구름의 그림자와 밝은 햇빛. 만물의 천성을 얻어 조화를 이룬 상태
*소쇄한데 → 기운이 맑고 깨끗함.
*만권생애 → 만 권이나 되는 많은 서적을 쌓아 두고 그것을 읽고 연구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는 일
*이목총명 → 눈도 밝고 귀도 밝음. 여기서는 학문을 닦아 도를 깨달은 상태를 의미함. |